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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감각한국어

목욕탕 구름과 미끌미끌 비누

보리는 목욕탕 지붕 위에서 작은 회색 구름을 보았어요. 구름은 그 지붕에만 보슬보슬 비를 뿌렸어요. 옆집 지붕은 보송보송했어요.

"할머니, 구름이 목욕탕에만 비를 줘요."

"그럼. 늘 그랬단다. 어서 들어가자."

보리는 주머니 속 노란 비누를 꼭 쥐었어요. 오늘은 할머니 등을 닦아 드릴 거예요. 할머니 몰래 하려고 아침부터 생각해 두었어요. 할머니가 깜짝 놀랄 거예요.

목욕탕 안은 김이 모락모락했어요. 할머니는 작은 의자에 앉아 눈을 감았어요. 보리는 살금살금 뒤로 갔어요. 그리고 비누를 할머니 등에 대고 쓱!

미끌! 비누가 쏙 빠져서 바닥을 쭈르륵 미끄러졌어요.

"미끌미끌 비누야, 어디 가니?"

보리는 쫓아가서 비누를 주웠어요. 이번에는 두 손으로 꽉 쥐었어요.

미끌! 비누는 또 쏙 날아가서 물바가지 속으로 퐁당 빠졌어요.

"어머, 누가 비누를 던졌네."

옆자리 아주머니가 웃었어요. 아주머니는 뜨거운 탕에 들어가려던 참이라 그냥 가 버렸어요.

"보리야, 무슨 소리니?"

할머니가 눈을 감은 채 물었어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보리는 얼른 대답하고 바가지 앞에 앉았어요. 비누는 물속에서 동동 떠 있었어요. 보리는 숨을 크게 쉬었어요. 꽉 잡는 건 안 되나 봐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보리는 비누를 살그머니 건져 올렸어요. 그러자 손바닥에 하얀 거품이 몽글몽글 생겼어요.

"어? 꽉 잡으니까 도망가고, 살살 문지르니까 거품이 나네."

보리는 작은 수건에 비누를 살살 문질렀어요. 수건이 구름처럼 하얘졌어요.

"미끌미끌 비누야, 이제 어디 안 가지?"

비누는 가만히 있었어요. 이제 도망가지 않았어요.

보리는 다시 할머니 뒤로 갔어요. 수건으로 등을 쓱쓱, 쓱쓱.

"아이고, 시원하다. 누구 손일까?"

"보리 손이요!"

"우리 보리 손이 참 따뜻하네."

할머니 등이 거품으로 가득해졌어요. 지붕 위에서는 구름이 톡톡 톡톡 노래를 불렀어요. 보리는 따뜻한 김 속에서 쓱쓱, 쓱쓱, 계속 닦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