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과 날씨한국어
보리와 지붕 위의 비
보리는 다락 창가에 앉아서 빗소리를 듣고 싶었다.
장마가 시작된 첫날이었다. 다락에는 짚이 폭신하게 깔려 있었다. 보리가 걸을 때마다 젖은 발자국이 노랗게 빛났다. 발자국은 한 시간쯤 지나면 슬그머니 꺼진다. 늘 그랬다.
그런데 올해는 지붕이 새것이었다.
"후두두둑!"
빗소리가 작년보다 훨씬 컸다. 낯선 소리가 지붕 위를 쿵쿵 뛰어다니는 것 같았다. 보리는 어깨를 움츠렸다.
보리는 두 손으로 귀를 막아 보았다. 그래도 소리가 배 속까지 울렸다. 이번에는 노래를 불러 보았다. 노래는 빗소리에 쏙 묻혀 버렸다. 짚더미에 얼굴을 묻어 보기도 했다. 코가 간질간질해서 "에취!" 재채기만 나왔다.
그때 짚더미 속에서 "꼬꼬." 소리가 났다. 얼룩 암탉이었다. 알을 낳으려고 다락에 올라온 것이다. 암탉은 창가 짚 둥지에 털썩 앉았다.
"거긴 내 자리인데."
암탉은 눈만 깜빡였다.
보리는 입을 오물거렸다. 그러고는 말했다.
"알 낳을 때까지만이야. 그다음엔 내 차례야."
"꼬꼬."
"약속한 거다?"
"꼬꼬."
보리는 암탉 옆 바닥에 앉았다. 바닥이 낮아서 지붕이 더 가깝게 느껴졌다. 보리는 가만히 들었다.
후두두둑, 후두두둑. 그리고 그 사이에 작은 소리가 하나 있었다.
똑.
서까래 아래 양동이에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큰 소리 사이사이에 작은 소리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보리는 손가락으로 양동이를 톡 쳤다.
"똑."
빗방울이 "똑." 하고 대답했다. 보리가 또 쳤다. 이번에도 대답했다. 암탉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꼬꼭." 하고 끼어들었다. 보리는 풋 웃음이 났다.
"너는 박자가 틀렸어."
후두두둑, 똑, 꼬꼬. 후두두둑, 똑, 꼬꼬.
큰 북 소리에 작은 북 소리가 맞춰졌다. 보리의 어깨가 슬며시 내려갔다.
"꼬꼬!"
암탉이 벌떡 일어났다. 짚 둥지에 따끈한 알이 하나 놓여 있었다. 이제 보리의 차례였다. 보리는 둥지 옆 창가에 앉았다. 암탉도 보리 곁에 앉았다.
바닥의 노란 발자국이 하나씩 희미해졌다. 지붕에서는 비가 계속 북을 쳤다.
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