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감각한국어
창고 문의 노래
보리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화분 사이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숨바꼭질 중이었다. 오빠도, 옆집 하나도 벌써 다 찾았다. 아직 못 찾은 사람은 보리뿐이었다.
보리는 이제 아빠가 찾아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해가 지기 전에 들어가서 저녁을 먹어야 했다. 그런데 이불은 너무 포근했다. 갓 구운 빵처럼 따뜻했다.
"보리야, 어디 있니?"
아빠 목소리가 마당 저쪽에서 들렸다.
"아빠, 여기요!"
이불 속에서 나온 목소리는 작고 폭신했다. 아빠는 그냥 지나가 버렸다.
보리는 이불을 조금 내리고 더 크게 불렀다.
"여기요, 여기!"
아빠는 이번에는 화분 쪽으로 걸어왔다. 그러더니 제일 큰 화분 속을 들여다보았다.
"보리야, 화분 안에 있니?"
보리는 웃음이 나서 얼른 입을 막았다. 화분에 들어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빠는 "여기도 없네" 하고 가 버렸다.
그때 이불이 꿈틀했다. 노란 고양이 나비가 이불 밑으로 들어왔다. 나비는 따뜻한 자리를 찾아 왔을 뿐이었다. 보리 무릎에 턱 앉더니 "고롱고롱" 하고 울었다.
"나비야, 너 말고 아빠가 와야지."
나비는 대답도 없이 눈을 감았다.
하늘이 조금씩 주황빛이 되어 갔다. 보리는 창고 문을 바라보았다. 이 문은 열릴 때 삐걱 소리 대신 노래를 한다. 도, 레, 미, 하고.
"그래, 문이 있었구나!"
보리는 이불을 끌고 일어났다. 나비가 데굴 굴러떨어졌다. 보리가 문을 활짝 밀자 문이 노래했다.
도레미 도레미.
마당 저쪽에서 발소리가 달려왔다.
"창고 문이 노래하네! 보리 거기 있구나!"
아빠가 문틈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보리는 이불을 두르고 활짝 웃었다. 나비는 얼른 이불 끝자락으로 다시 기어들었다.
아빠가 보리를 이불째 번쩍 안아 올렸다. 문은 아직도 작게 노래하고 있었다. 도레미, 도레미. 이불 속은 여전히 포근했고, 나비의 고롱고롱 소리가 보리 배 위에서 가만가만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