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감각한국어
보리와 납작한 치약
보리는 치약 통을 두 손으로 꽉 쥐고 낑낑거렸다.
치약이 나오지 않았다.
보리는 얼른 이를 닦고 싶었다. 이를 다 닦아야 아빠가 곰 이야기책을 읽어 주기 때문이다. 아빠는 벌써 방에서 책을 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보리의 발에는 줄무늬 양말 한 짝과 땡땡이 양말 한 짝이 신겨 있었다. 양말은 밤마다 짝을 바꾸니까, 이상할 것은 하나도 없었다.
욕실 구석에는 고양이 나비가 앉아 있었다. 나비는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마시러 온 것이었다. 똑, 똑.
보리는 치약 통의 가운데를 눌러 보았다. 푸슉, 바람만 나왔다.
이번에는 더 세게 눌렀다. 그러자 뚜껑이 뻥 하고 날아가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갔다. 나비가 후다닥 뛰어가 뚜껑을 탁탁 쳤다.
"나비야, 그건 장난감이 아니야."
나비는 뚜껑을 물고 욕실 밖으로 달아났다. 치약은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
보리는 치약 통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위쪽은 납작했다. 그런데 아래쪽은 통통했다.
"아, 치약이 아래에 숨어 있었구나!"
보리는 치약 통을 세면대 가장자리에 눕혔다. 그리고 칫솔 손잡이로 아래에서 위로 쓱 밀었다.
쭈우욱. 하얀 치약이 길게 나와 칫솔 위에 달팽이처럼 돌돌 말렸다.
조금 많이 나왔지만, 보리는 괜찮았다.
나비가 돌아와 칫솔에 코를 대 보더니 에취, 재채기를 했다. 보리는 웃음이 나왔다.
보리는 이를 닦기 시작했다.
쓱싹쓱싹, 위도 아래도.
쓱싹쓱싹, 앞도 뒤도.
입안에서 거품이 보글보글 일었다. 박하 맛이 혀끝을 간질간질 간질였다.
보리는 물로 입을 헹구고 거울을 보며 활짝 웃었다. 이가 반짝반짝 빛났다.
수도꼭지에서 물방울이 똑 떨어졌다. 줄무늬 양말과 땡땡이 양말을 신은 발가락이 꼼지락꼼지락 움직였다.
방에서 아빠 목소리가 들렸다.
"보리야, 곰이 기다리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