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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감각한국어

보리와 큰 재채기

보리는 해바라기 씨를 화분에 심고 싶었어요. 엄마가 준 줄무늬 씨였어요. 노랗고 커다란 꽃이 피면 제일 먼저 보고 싶었어요.

보리는 마당 끝 창고로 갔어요. 창고에는 짝짝이 화분이 가득했어요. 빨간 화분, 금이 간 화분, 찻잔만 한 화분도 있었어요.

"이 빨간 화분이 좋겠다."

보리가 씨를 손바닥에 올렸을 때, 코가 간질간질했어요. 창고 먼지가 코로 들어온 거예요.

"간질간질, 간질간질… 에, 에, 에…"

보리는 코를 꾹 잡았어요. 그래도 재채기는 코 안에서 빙글빙글 돌았어요.

"에취!"

아주 큰 재채기였어요. 먼지가 붕 날아올랐고, 씨도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어요.

"내 씨! 어디 갔어?"

보리는 화분을 하나하나 들여다보았어요. 빨간 화분에도 없고, 금이 간 화분에도 없었어요. 찻잔 화분에도 없었어요. 바닥에 엎드려서 찾아봐도 없었어요.

보리는 선반 위를 보고 "후, 후" 하고 불어 보았어요. 먼지만 조금 움직이고 씨는 나오지 않았어요.

그때 밖에서 첫눈이 내리고 있었어요. 창문으로 들어온 눈송이가 보리 코끝에 앉았어요.

딸랑.

눈송이는 아주 작은 방울 소리를 냈어요. 보리 동네 눈송이는 원래 그랬어요. 코끝이 또 간질간질했어요.

"아하!"

보리는 생각했어요. 간질간질하면 재채기가 나요. 재채기는 먼지를 휙 날려요. 씨가 먼지 밑에 숨었다면, 한 번 더 재채기를 하면 되겠지요.

보리는 바닥에 떨어진 깃털을 주워 코 밑을 살살 간질였어요.

"간질간질, 간질간질… 에취!"

두 번째 재채기가 먼지를 휙 날렸어요. 그러자 선반 위에서 뭔가 데굴데굴 굴러왔어요. 줄무늬 씨였어요. 씨는 빨간 화분 속으로 쏙 떨어졌어요.

"어, 저기 있네!"

보리는 흙을 덮고 손으로 토닥토닥 눌러 주었어요. 창문으로 눈송이가 또 들어와 빨간 화분 가장자리에 앉았어요.

딸랑.

보리는 코를 쓱 문지르고 가만히 들었어요. 창고 안에는 방울 소리만 작게 울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