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집한국어
보리와 물속의 달
"내가 먼저 들어갈래요." 보리가 말했어요.
보리는 아기 수달이었어요. 그날 밤은 온 가족이 늦은 저녁을 먹는 날이었어요. 굴속 식탁에는 초가 켜져 있었고, 엄마와 아빠가 냄비를 저으며 기다렸어요. 엄마가 말했어요.
"첫 물고기를 잡아 오는 사람이 오늘의 대장이야."
보리는 대장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일 먼저 강가로 달려갔어요.
그런데 밤 강물은 새까맣고 차가웠어요. 보리는 발가락을 살짝 담갔다가 "으으!" 하고 뺐어요.
"하나, 둘…"
둘에서 멈췄어요. 다시 해 봤어요.
"하나, 둘…"
또 멈췄어요. 눈을 꼭 감고도 해 봤지만, 발은 꿈쩍도 안 했어요.
이번에는 강둑에 앉아 미끄럼틀처럼 슬슬 내려가 봤어요. 그런데 엉덩이가 진흙에 쭉 미끄러지다가 물가에서 딱 멈췄어요. 꼬리만 물에 닿았어요. 보리는 진흙투성이가 되었어요.
"에이, 이게 아닌데."
가까운 밭에는 허수아비가 서 있었어요. 울타리에 까마귀들이 모여들자 허수아비는 끼익, 그쪽으로 몸을 돌렸어요. 늘 그랬으니까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까마귀들은 남은 콩을 먹느라 바빠서 보리를 보지도 않았어요.
보리는 한숨을 쉬고 강물을 내려다봤어요. 그때 물 위에 둥근 것이 떠 있는 게 보였어요. 노랗고 커다란 접시 같았어요.
"어, 달이다!"
보리는 곰곰이 생각했어요. 차가운 물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달에게 놀러 가는 거야.
"달아, 내가 간다!"
풍덩!
달이 조각조각 깨졌어요. 보리 코 위에도 노란 조각이 반짝였어요. 물속은 생각보다 차갑지 않았어요. 깜짝 놀란 물고기 한 마리가 보리 수염을 톡 건드렸어요. 보리는 얼른 두 손으로 꼭 붙잡았어요.
"엄마, 잡았어요!"
굴 앞에서 엄마가 초를 들고 웃고 있었어요.
"우리 대장 왔네."
아빠가 보리 코를 보고 눈을 크게 떴어요.
"어? 코에 달이 붙었네!"
보리는 킥킥 웃었어요. 식탁에서는 수프가 보글보글 끓었어요. 보리가 그릇 속을 들여다보니, 작은 달이 동글동글 떠 있었어요. 보리가 후 불자 달이 살랑살랑 흔들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