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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집한국어

딸꾹질하는 보리의 세배

보리는 기분이 좋으면 딸꾹질이 나는 아이였어요.

설날 아침, 보리는 새 한복을 입었어요. 분홍 치마가 풍선처럼 동그랗게 부풀었어요. 오늘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할머니와 할아버지께 세배를 하는 날이에요.

"두 손을 모으고 절하면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는 거야." 엄마가 말했어요.

"알았어요!"

보리는 방 한가운데 섰어요. 숨을 크게 들이마셨어요.

"새해 복 많이 받…딸꾹!"

보리가 콩 튀어 올랐다가 엉덩방아를 쿵 찧었어요. 할아버지 어깨가 들썩들썩했어요. 웃음을 참는 거예요.

보리는 다시 섰어요. 이번에는 숨을 꾹 참았어요. 얼굴이 빨개졌어요.

"새해 복 많이 받…딸꾹!"

이번에는 옆으로 데굴 굴렀어요. 부엌에서 떡국 냄새가 솔솔 날아왔어요. 보리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어요.

그때 창문턱에 까마귀 한 마리가 내려앉았어요. 이 동네 까마귀는 반짝이는 걸 하나만 빌려 가고, 꼭 다른 반짝이는 걸 두고 가요. 오늘은 할머니의 은수저가 마음에 들었나 봐요. 까마귀는 고개를 천천히, 낮게 숙여 수저를 문 채 가만히 있었어요.

보리는 그 모습을 가만히 보았어요.

천천히, 낮게. 그러면 안 튀겠구나.

보리는 세 번째로 섰어요. 손을 모으고 천천히, 낮게 몸을 숙였어요. 이마가 바닥에 닿았어요. 그때 딸꾹, 하고 배가 울렸지만 보리는 바닥에 딱 붙어 있었어요. 조금 기다렸더니 딸꾹질이 쏙 지나갔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이고, 우리 보리 절 참 잘하네!" 할머니가 박수를 쳤어요.

창문에서 까악, 소리가 났어요. 까마귀는 날아가고 없었어요. 문턱에는 은수저 대신 노란 단추가 하나 반짝였어요.

"또 바꿔 갔네." 할머니가 웃었어요.

식탁에 떡국이 놓였어요. 보리는 다른 숟가락으로 후후 불어 한 입 먹었어요. 따끈하고 말랑했어요. 배 속에서 작게 딸꾹, 소리가 났고, 하얀 김이 보리 얼굴 앞에서 폭폭 피어올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