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집한국어
보리와 은방울
"엄마, 내 방울이 없어졌어!" 보리가 창가에서 소리쳤어요.
오늘은 새 집으로 이사 가는 날이었어요. 보리는 작은 은방울을 새 현관문에 달기로 했어요. 문이 열릴 때마다 딸랑딸랑 노래하는 방울이에요. 그런데 창틀에 두었던 방울은 온데간데없고, 병뚜껑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어요.
"까마귀가 다녀갔구나." 엄마가 상자를 안으며 말했어요. "하나 빌려 가면, 하나 두고 가는 법이지."
이 동네 까마귀는 원래 그랬어요.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보리는 병뚜껑을 쥐고 오리 연못으로 달려갔어요. 물 위에는 낙엽이 둥둥 떠 있고, 갈대 끝에 까마귀가 앉아 있었어요. 부리에서 은방울이 반짝반짝했어요.
"까마귀야, 그건 내 거야. 돌려줘!"
"까악." 까마귀는 고개를 휙 돌렸어요.
보리는 병뚜껑을 내밀었어요. "이거 줄게. 바꾸자, 응?" 까마귀는 힐끗 보더니 "까아" 하고 싫은 소리를 냈어요. 칙칙한 병뚜껑은 마음에 안 드나 봐요. 보리가 두 손을 뻗자 까마귀는 폴짝 옆 갈대로 옮겨 갔어요. 갈대가 휘청휘청 흔들리고, 보리 발이 미끄덩, 엉덩방아를 쿵 찧었어요.
저 멀리서 이삿짐 트럭이 빵빵 울렸어요. 보리는 입술을 꼭 물었어요. 그때 보리는 알았어요. 까마귀는 병뚜껑을 보는 게 아니었어요. 보리의 주머니를 보고 있었어요. 주머니 밖으로 삐죽 나온 사탕 은박지가 햇빛에 반짝였거든요.
"아, 이게 갖고 싶구나!"
보리는 은박지를 동글동글 뭉쳐서 작은 별 같은 공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연못가 돌 위에 올려놓았어요.
"이게 더 반짝여. 하나 빌려 가면, 하나 두고 가는 거야."
까마귀가 고개를 갸웃했어요. 그러더니 휙 날아와 은박지 공을 콕 물고, 방울은 돌 위에 톡 떨어뜨렸어요. "까악!" 까마귀는 신이 나서 날아갔어요.
보리는 방울을 꼭 쥐고 트럭으로 달렸어요. 새 집 앞에서 아빠 어깨에 올라가 방울을 문에 달았어요. 엄마가 문을 열었어요.
딸랑, 딸랑.
방울 소리가 작은 물방울처럼 또르르, 새 집 안으로 굴러 들어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