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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집한국어

할아버지의 장화와 둥둥 웅덩이

현관에 처음 보는 커다란 장화가 서 있었어요. 그런데 장화 안에서 "삐익, 삐익" 소리가 났어요.

솔이는 장화 둘레를 빙 돌았어요. 할아버지 장화였어요. 할아버지는 먼 길을 걸어서 오늘 아침에 오셨거든요.

솔이에게는 할아버지와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었어요. 마당 웅덩이에서 같이 뛰는 거예요. 이 동네 웅덩이는 누가 뛰면 북처럼 둥! 하고 울려요. 그런데 해가 쨍쨍해서 웅덩이가 자꾸 작아지고 있었어요.

"할아버지, 나가요!"

할아버지는 툇마루에 누워 쿨쿨 주무셨어요. 솔이는 귓속말로 불러 보았어요. 소매도 살살 당겨 보았어요. 할아버지는 "으음" 하고 돌아누울 뿐이었어요.

"할아버지가 많이 피곤하시대. 조금만 기다리렴." 엄마가 말했어요.

웅덩이는 또 작아졌어요. 그때 현관에서 "삐익!" 소리가 났어요. 솔이는 달려가 장화 속을 들여다보았어요. 작은 청개구리 한 마리가 콩알 같은 눈을 깜빡였어요. 장화 속이 시원하고 축축해서 낮잠을 자러 들어온 거였어요.

"너였구나. 그래도 지금은 나가야 해."

솔이가 장화를 살짝 기울이자 청개구리는 폴짝 뛰어 마당으로 나갔어요. 솔이는 개구리를 따라 웅덩이 앞에 섰어요. 그러다 생각이 났어요. 할아버지는 말로는 안 깨지지만, 북소리라면 어떨까요?

솔이는 웅덩이 한가운데로 힘껏 뛰었어요.

"둥!"

소리가 마당을 지나 툇마루까지 굴러갔어요. 코 고는 소리가 뚝 멈췄어요.

"둥, 둥, 할아버지!" 솔이가 또 뛰었어요.

"거, 누가 북을 치느냐?"

할아버지가 눈을 비비며 일어나셨어요. 양말 바람으로 마당에 내려와 솔이 옆에 서셨어요. 그러고는 아주 조심조심 한 발을 들었어요.

"둥!"

두 사람이 함께 뛰자 웅덩이가 크게 울렸어요. 물방울이 반짝 튀어 올랐다가 내려앉았어요. 웅덩이 가장자리에 앉은 청개구리가 "삐익" 하고 울었어요. 북소리는 둥, 두웅, 둥… 천천히 작아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