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집한국어
준이와 길 잃은 공
준이네 텃밭에는 잃어버린 것을 가리키는 바람개비가 있었어요. 아무도 그걸 이상하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날은 준이에게 여동생이 생긴 날이었어요. 아기 이름은 별이라고 했어요. 엄마는 허브 옆 의자에 앉아 별이를 안고 있었어요. 별이는 얼굴이 빨개져서 "으앙, 으앙" 울었어요.
준이는 별이가 울음을 그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일 아끼는 빨간 공을 가져왔어요.
"별아, 이거 줄게. 울지 마."
그런데 공이 손에서 쏙 빠졌어요. 또르르 또르르, 박하 사이로 굴러갔어요.
"어, 어! 공아, 서!"
준이는 달려갔어요. 손을 쭉 뻗었어요. 잡았다! 하는 순간, 공이 또르르 도망갔어요. 준이는 박하 잎 위에 코를 박고 넘어졌어요. 박하 냄새가 코끝에 확 퍼졌어요.
"준이야, 괜찮니?" 엄마가 불렀어요. 엄마는 일어날 수가 없었어요. 품에 별이가 있었거든요.
"괜찮아요! 금방 가져올게요!"
바람개비가 빙글 돌며 텃밭 끝을 가리켰어요. 준이는 살금살금 걸어갔어요. 꿀벌이 윙윙 날았어요. 준이가 손을 뻗자, 공은 또르르 또르르 또 굴러갔어요.
준이는 풀밭에 털썩 앉았어요. 멀리서 별이 우는 소리가 들렸어요.
"왜 자꾸 가는 걸까?"
준이는 공이 굴러간 길을 가만히 보았어요. 공은 늘 같은 쪽으로 갔어요. 토마토 쪽으로요. 텃밭이 그쪽으로 조금 기울어 있었거든요.
"아하! 쫓아가면 안 되겠다."
준이는 모자를 벗어 들고 토마토 밭 아래쪽에 앉았어요. 그리고 기다렸어요. 꿀벌이 윙윙, 바람이 솔솔. 꿀벌 한 마리가 모자 끝에 앉았다가 날아갔어요.
또르르 또르르… 톡.
공이 모자 속으로 쏙 들어왔어요.
"잡았다!"
준이는 공을 안고 엄마한테 달려갔어요. 별이는 아직 훌쩍였어요. 준이가 공을 별이 발 옆에 살짝 놓았어요. 별이는 공은 보지도 않고 준이의 손가락을 꼭 잡았어요. 작고 따뜻한 손이었어요.
울음이 뚝 그쳤어요. 바람개비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돌았어요. 이제 잃어버린 것이 하나도 없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