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마음한국어
보리와 늦게 오는 그림자
헛간 다락에는 짚이 수북했어요.
보리는 그 위에서 토끼 인형 몽실이와 놀고 있었어요. 보리는 몽실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았어요.
그런데 창문으로 바람이 불어와서, 몽실이가 높은 들보 위에 떨어졌어요. 들보는 지붕 밑에 가로로 걸쳐 있는 굵은 나무였어요.
"내가 꺼내 줄게, 몽실아!"
보리는 폴짝 뛰었어요. 손이 닿지 않았어요. 또 폴짝. 그래도 닿지 않았어요.
보리는 양동이를 뒤집어 놓고 그 위에 올라갔어요. 양동이가 기우뚱하더니 보리는 짚 위에 엉덩방아를 찧었어요.
"괜찮아. 이번에는 막대로 해 보자."
보리는 기다란 막대를 위로 쭉 뻗었어요. 그런데 막대가 반으로 부러졌어요.
그때 보리 배 속에서 무언가 올라왔어요. 부글부글. 국이 끓는 냄비 같았어요.
"으아, 정말 싫어!"
보리는 쿵쿵쿵 발을 굴렀어요.
이 동네 그림자는 몇 걸음 늦게 따라왔어요. 점심때가 되어야 몸에 딱 붙었어요. 그래서 보리가 발을 멈췄는데도, 그림자는 아직 쿵쿵쿵 구르고 있었어요.
보리는 그만 웃음이 났어요.
"너는 아직도 화났구나."
보리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후, 내쉬었어요. 그림자도 늦게 후, 내쉬었어요. 부글부글이 조금 작아졌어요.
그러자 발밑의 짚이 눈에 들어왔어요. 길고 노란 짚이었어요.
"짚을 꼬면 줄이 되겠네."
보리는 짚을 한 가닥, 또 한 가닥 꼬아서 긴 줄을 만들었어요. 끝은 동그랗게 묶었어요. 줄을 던졌더니 힘없이 떨어졌어요. 다시 던졌더니 들보에 맞고 도로 내려왔어요.
"한 번만 더."
보리는 입술을 꼭 물고 던졌어요. 이번에는 동그라미가 몽실이 한쪽 귀에 쏙 걸렸어요.
보리는 줄을 살살 당겼어요. 몽실이가 스르르 내려오더니, 폭, 하고 짚 더미에 떨어졌어요.
보리는 몽실이를 꼭 안았어요. 창문으로 따뜻한 빛이 들어왔어요. 조금 뒤에 그림자가 터벅터벅 걸어와서 보리 옆에 앉았어요. 보리의 배 속은 따뜻하고 조용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