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과 날씨한국어
보리와 작은 씨앗
“이 씨앗, 오늘 꼭 심을 거야.” 보리가 말했어요.
보리 손바닥에는 쌀알만 한 씨앗이 하나 있었어요. 할머니가 주신 꽃씨예요. 할머니는 먼 마을로 떠나기 전에 말했어요. “꽃이 피면 보러 올게.” 보리는 연못 옆에 심고 싶었어요. 그래야 할머니가 오시자마자 꽃을 볼 수 있으니까요.
이 마을 연못은 밤마다 다른 무늬로 얼어요. 어젯밤에는 별 무늬였어요. 오늘 아침에는 땅도 꽁꽁 얼어 있었어요.
보리는 숟가락으로 땅을 팠어요.
“톡톡, 흙아 열려라.”
땅은 열리지 않았어요. 숟가락만 튕겨 나갔어요.
보리는 손으로 파 보았어요. 손가락이 빨개졌어요.
“톡톡, 흙아 열려라.”
그래도 열리지 않았어요.
보리는 땅에 대고 호오 입김을 불어 보았어요. 하얀 김이 폈다가 금세 사라졌어요. 땅은 그대로 딱딱했어요. 보리는 할머니가 보고 싶었어요. 오늘 하루가 아주 길게 느껴졌어요.
그때 오리 한 마리가 뒤뚱뒤뚱 걸어왔어요. 오리는 오늘 아침 연못 무늬를 구경하러 왔어요. 얼음 위에 올라서더니 미끄러졌어요.
“꽥! 오늘은 꽃 무늬네!”
오리가 날개를 퍼덕이자 보리가 깜짝 놀랐어요. 손바닥의 씨앗이 통통 튀어 얼음 위로 떨어졌어요. 씨앗은 쪼르르 미끄러졌어요.
“어, 내 씨앗! 기다려!”
보리는 얼른 따라갔어요. 오리도 엉덩이를 흔들며 따라왔지만 자꾸 미끄러졌어요. 씨앗은 커다란 돌 앞에서 멈췄어요. 보리는 쪼그리고 앉아 씨앗을 집었어요. 그러다 가만히 보았어요.
돌 옆 얼음은 물이 되어 있었어요. 땅도 까맣고 촉촉했어요. 보리는 돌에 손을 대 보았어요.
“따뜻해!”
햇볕이 이 돌을 데워 주고 있었어요. 보리는 손가락으로 흙을 눌러 보았어요. 흙이 보슬보슬 들어갔어요.
“톡톡, 흙아 열려라.”
이번에는 흙이 열렸어요. 보리는 씨앗을 쏙 넣고 흙을 덮었어요. 그리고 손으로 콕콕 토닥였어요.
오리가 얼음 위를 또 쭈욱 미끄러져 지나갔어요.
“꽥!”
연못 얼음이 찌직 소리를 냈어요. 보리의 손 밑에서는 따뜻한 돌이 가만히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