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과 날씨한국어
솔이와 첫눈 발자국
솔이가 현관문을 열자, 마당이 온통 하얬어요. 그 한가운데 아주 작은 발자국이 콩콩콩 찍혀 있었어요.
"우와, 눈이다! 첫눈이다!"
솔이는 얼른 할머니에게 보여 주고 싶었어요. 할머니는 부엌에서 차를 끓이고 있었어요. 차가 끓는 동안에는 부엌을 떠날 수 없었지요.
솔이는 컵에 눈을 가득 퍼 담았어요. 그리고 조심조심 부엌으로 걸어갔어요.
"할머니, 보세요!"
그런데 컵 속에는 찰랑찰랑 물만 있었어요.
"눈이 물이 됐어요."
"저런, 따뜻한 데 들어오면 그렇단다."
솔이는 다시 나갔어요. 이번에는 장갑 위에 눈을 소복이 올렸어요.
"눈아, 눈아, 기다려."
하지만 부엌 문턱을 넘자 눈은 또 사르르 사라졌어요. 솔이는 입을 쭉 내밀었어요. 모자에도 담아 보았지만 마찬가지였어요. 눈은 따뜻한 곳에 오면 꼭 물이 되었어요.
그때 마당에서 짹, 소리가 났어요. 참새 한 마리가 감나무 밑에서 떨어진 감 조각을 쪼고 있었어요. 참새는 눈에는 관심이 없고, 맛있는 감만 보고 있었어요. 참새가 폴짝 뛰면 발자국이 하나 생기고, 또 폴짝 뛰면 하나 더 생겼어요.
"아, 그 작은 발자국은 네 거였구나. 그런데 발자국은 안 녹네!"
솔이는 눈을 가져갈 수 없다면, 할머니가 눈을 보러 오게 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솔이는 부엌 창문 앞에서부터 감나무까지 걸었어요. 눈이 포삭포삭 소리를 냈어요. 참새 발자국 옆에 솔이 발자국이 커다랗게 찍혔어요.
그러다 솔이는 미끄러져서 엉덩방아를 쿵 찧었어요. 엉덩이 모양이 눈 위에 동그랗게 남았어요. 놀란 참새가 푸드덕 날아올랐다가 다시 내려앉았어요.
부엌 창문이 드르륵 열렸어요. 할머니가 내다보았어요.
"어머, 누가 이렇게 큰 발자국을 냈을까? 작은 발자국도 있고, 엉덩이 도장도 있네."
솔이는 눈 위에 앉은 채 깔깔 웃었어요. 하얀 마당은 조용했고, 참새는 감을 콕콕 쪼았어요. 따뜻한 차 냄새가 창문으로 솔솔 흘러나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