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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래의 작은 단풍나무
나래는 창가 화분에 사는 작은 단풍나무를 빨갛게 물들이고 싶었어요.
마당의 큰 단풍나무는 벌써 울긋불긋했거든요. 노랑, 주황, 빨강. 꼭 색연필 통을 엎어 놓은 것 같았어요. 그런데 나래의 나무는 아직 초록색이었어요.
"하나, 둘, 셋, 빨개져라!"
나래가 말했어요. 잎은 가만히 있었어요. 나래는 노래도 불러 주고, 물도 듬뿍 주었어요. 그래도 잎은 초록, 초록, 초록이었어요.
그래서 나래는 다른 방법을 생각했어요. 엄마의 빨간 목도리를 가져와 화분에 둘둘 감아 주었어요.
"자, 이제 빨개져라!"
목도리만 빨갛고 잎은 여전히 초록이었어요.
그때 다람쥐가 창틀로 쪼르르 올라왔어요. 다람쥐는 도토리를 찾고 있었어요. 목도리 끝을 킁킁 맡고, 화분 흙을 폭폭 파 보더니 고개를 갸웃했어요.
"여기엔 도토리가 없네."
다람쥐는 마당으로 내려가 버렸어요. 나래도 따라 나갔어요.
큰 단풍나무 아래에는 낙엽이 소복했어요. 나래가 밟자 바삭바삭 소리가 났어요. 다람쥐는 낙엽 더미를 헤치며 도토리를 찾았어요.
나래는 나무를 올려다보았어요. 해가 닿는 쪽 잎은 새빨갛고, 그늘진 안쪽 잎은 아직 초록이었어요.
"아! 해님이구나."
나래의 나무는 커튼 뒤에 있었어요. 해님이 잘 닿지 않는 곳이었어요.
나래는 집으로 달려가 화분을 두 손으로 안았어요. 낑낑. 그리고 해가 드는 창턱 끝으로 옮겼어요. 그런데 화분이 빙글 돌아 버렸어요.
"어, 어, 어!"
나래는 얼른 화분을 붙잡았어요. 그러다 눈이 동그래졌어요. 돌아간 잎 뒤쪽 가장자리가 주황색이었어요. 사탕 껍질처럼 반짝이는 주황색이었어요. 나무는 조금씩 물들고 있었어요. 나래만 몰랐던 거예요.
창밖에서 와그작 소리가 났어요. 다람쥐가 도토리를 찾아 먹는 소리였어요.
저녁 해가 창턱에 내려앉았어요. 나래는 목도리를 살살 풀어 주고, 소곤소곤 세었어요.
"하나, 둘, 셋."
주황색 잎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