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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자연한국어

보리와 무당벌레 꽃밭

보리는 쪼그리고 앉아 손가락을 쭉 내밀었다.

"하나, 둘, 셋…"

꽃밭에는 무당벌레가 가득했다. 빨간 등에 까만 점이 콕콕 찍힌 무당벌레들이었다. 보리는 몇 마리인지 세어서 할머니께 알려 드리고 싶었다. 할머니는 마루에서 콩을 고르고 계셨다. 보리가 숫자를 말하면 할머니가 "아이고, 많기도 하다" 하고 웃으실 것이다.

"하나, 둘, 어라?"

한 마리가 꽃잎 뒤로 쏙 숨어 버렸다. 보리는 처음부터 다시 셌다.

"하나, 둘, 셋, 넷, 어라?"

이번에는 두 마리가 자리를 바꿔 앉았다. 어느 게 센 것이고 어느 게 안 센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보리는 입술을 꼭 물었다.

"그럼 손가락으로 콕 짚어 볼래."

보리가 손가락을 내밀자, 무당벌레 한 마리가 쪼르르 올라왔다. 손톱을 지나고 마디를 넘어 손등까지 갔다. 간질간질해서 보리는 킥킥 웃었다. 웃다가 그만 몇 마리까지 셌는지 잊어버렸다.

"그럼 눈으로만 세어 볼래."

보리가 눈을 크게 뜨는데, 코끝이 간질간질했다. 무당벌레 한 마리가 코에 앉아 있었다.

"에취!"

후드득! 무당벌레들이 한꺼번에 날아올랐다. 빨간 점들이 팔랑팔랑 흩어졌다.

"아이참, 다 섞였잖아."

보리는 풀썩 주저앉아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 가만히 꽃밭을 보았다. 무당벌레들은 아무 데로나 가는 게 아니었다. 노란 꽃의 줄기를 따라 한 줄로 올라가고 있었다. 줄기 위쪽에는 아주 작은 초록 벌레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무당벌레들은 그걸 먹으러 가는 길이었다.

"길이 있네!"

보리는 줄기 가운데 있는 잎사귀 하나를 문이라고 정했다. 그 잎 앞을 지나갈 때만 세면 된다.

"하나."

무당벌레 한 마리가 지나갔다.

"둘."

또 한 마리가 지나갔다.

"셋, 넷, 다섯."

이번에는 어라, 하지 않았다. 하나도 숨지 않고, 하나도 바꿔 앉지 않았다.

"열하나… 열둘."

맨 끝의 작은 무당벌레가 잎을 넘어갔다. 줄기 꼭대기가 빨갛게 반짝였다. 바람이 불어 노란 꽃이 살랑살랑 흔들렸다. 마루에서 콩 그릇 흔드는 소리가 들렸다. 보리는 조그맣게 속삭였다.

"열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