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건너뛰기

동물과 자연한국어

보리와 별빛 바람종

"고래야, 나 여기 있어!" 보리가 바닷가에서 외쳤어요.

밤마다 별빛 아래로 커다란 고래가 헤엄쳐 왔어요. 보리는 오늘 밤 고래에게 꼭 인사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고래는 저 멀리, 바다 한가운데에 있었어요. 게다가 물이 자꾸 뒤로 빠져나가고 있었어요. 물이 다 빠지면 고래는 먼 바다로 가 버려요.

"고래야아!"

바람이 보리 목소리를 데려가 버렸어요. 고래는 듣지 못했어요.

보리는 할아버지 작업실로 달려갔어요. 거기엔 만들다 만 것들이 가득했어요. 보리는 반쯤 만든 북을 안고 돌아와 힘껏 쳤어요. 그런데 북에는 가죽이 없었어요.

"푸욱."

방귀 같은 소리가 났어요. 보리는 깔깔 웃었어요. 하지만 고래는 오지 않았어요. 물은 또 한 걸음 물러났어요. 발밑의 모래가 차갑고 축축했어요.

보리는 모래에 털썩 앉았어요. 그때 별빛 한 방울이 코끝에 내려앉았어요.

찰랑.

이 동네 별빛은 코에 닿으면 작은 종처럼 울려요. 바다에 떨어지는 별빛도 찰랑, 찰랑 울렸어요. 그러자 저 멀리 고래가 고개를 이쪽으로 돌렸어요.

"어, 고래가 들었나 봐!"

보리는 벌떡 일어났어요.

"고래는 별 소리를 들으러 오는 거구나."

보리는 다시 작업실로 뛰어갔어요. 이번에는 만들다 만 바람종을 들고 왔어요. 유리 조각이 몇 개 달랑달랑 매달린 종이었어요. 보리는 종을 높이 들고 흔들었어요.

찰랑, 찰랑.

고래가 천천히 다가왔어요. 물이 점점 빠지는데도 고래는 얕은 물까지 들어왔어요. 그러더니 커다란 숨을 내쉬었어요. 물방울이 비처럼 쏟아져서 보리도, 바람종도 흠뻑 젖었어요.

"으아, 차가워!"

보리는 코를 쓱 닦고 속삭였어요.

"안녕, 고래야."

고래는 대답 대신 눈을 한 번 깜빡였어요. 별빛이 고래 등에 내려앉아 찰랑, 찰랑 울렸어요. 보리의 바람종도 같이 찰랑, 찰랑 울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