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과 친절한국어
보리의 작은 목소리
바닷가 마을에 보리라는 아이가 살았어요. 보리는 마을에서 목소리가 제일 작았어요. 개미가 말하는 것만큼 작았지요.
보리에게는 친구 두리가 있었어요. 어제 두리는 커다란 모래성을 쌓았어요. 탑도 있고 문도 있는 성이었어요. 그런데 오늘 아침, 파도가 와서 모래성을 쓱 가져갔어요. 두리는 입을 꾹 다물고 어디론가 가 버렸어요. 보리는 두리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해 주고 싶었어요.
보리는 두리를 따라 모래밭을 달렸어요.
"두리야, 괜찮아."
그때 바람이 휙 불어와 그 말을 가져가 버렸어요. 말은 바다 쪽으로 날아갔어요.
보리는 다시 말했어요. "두리야, 괜찮아." 휙. 또 가져갔어요.
보리는 있는 힘껏 소리쳤어요. "두리야, 괜-찮-아!"
"찍!"
나온 건 생쥐 소리뿐이었어요. 게를 찾던 갈매기가 고개를 갸웃했어요. 갈매기는 보리를 도와줄 틈이 없었어요. 게가 더 급했거든요. 갈매기는 게를 쫓아 뽈뽈 달려갔어요.
보리는 모래 위에 글씨를 썼어요. 괜찮아. 그런데 파도가 와서 쓱 지워 버렸어요.
보리는 털썩 앉아 생각했어요. 그러다 바위 뒤에서 이상한 것을 보았어요. 나뭇가지에 헌 천을 걸쳐 만든 작은 굴이었어요. 그 틈으로 두리의 발이 삐죽 나와 있었어요.
보리는 천 속으로 쏙 들어갔어요. 모래가 발가락 사이로 간질간질했어요. 안에는 바람이 없었어요. 조용했어요. 두리는 무릎을 안고 앉아 있었어요.
보리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두리야, 괜찮아."
이번에는 말이 어디로도 가지 않았어요. 두리의 귀에 폭 안겼어요.
두리가 코를 훌쩍였어요. "내 모래성, 컸는데."
"응, 컸어. 또 쌓으면 돼. 내가 같이 할게."
그때 해가 기울었어요. 천 틈으로 보니 하늘의 구름이 스르르 움직이고 있었어요. 구름은 해 질 때마다 어제의 모양으로 돌아갔어요. 오늘은 커다란 모래성 모양이 되었어요.
"어, 내 모래성이다." 두리가 웃었어요.
두리도 보리처럼 작게 말했어요. "괜찮아."
천이 바람에 팔랑거리고, 멀리서 파도 소리가 들렸어요. 두 아이는 나란히 앉아 구름을 올려다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