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과 친절한국어
보리와 마당 바람개비
보리는 동네에서 가장 키가 작은 아이였다. 발끝으로 서도 담장 위가 보이지 않았다.
보리는 얼마 전에 이사를 왔다. 담장 너머 옆집에는 아이가 사는 것 같았다. 보리는 그 아이와 친구가 되고 싶었다.
날마다 담장 너머에서 소리가 났다. 똑똑, 끼익. 똑똑, 끼익. 누가 내는 소리인지 보리는 볼 수 없었다.
담장 아래에는 작고 파란 문이 있었다. 보리가 밀어 보았다. 안 열렸다. 당겨 보았다. 그래도 안 열렸다. 그 문은 저쪽에서만 열리는 문이었다.
"안녕! 나는 보리야!"
보리가 문에 대고 불렀다. 대답이 없었다. 똑똑, 끼익. 소리만 났다.
보리는 쿠키를 한 조각 문 앞에 놓아 보았다. 하지만 개미만 줄줄이 찾아왔다.
보리는 마당에 쪼그려 앉았다. 그때 지붕 위 바람개비가 빙글빙글 돌더니 딱 멈추었다. 이 집 바람개비는 마당에서 잃어버린 것을 가리킨다. 다들 아는 일이라서 아무도 신기해하지 않는다.
바람개비 화살은 수국 덤불을 가리키고 있었다.
보리는 덤불 속으로 쏙 들어갔다. 거기에 노란 공이 있었다. 꾹 눌러 보니 "뾱!" 하고 울었다.
"이거, 옆집 아이 공인가 봐."
보리는 공을 문 앞으로 데려갔다. 문 밑에는 작은 틈이 있었다. 보리가 공을 밀어 넣었다.
뾱, 뾱, 뾱. 공이 틈 사이로 울면서 굴러갔다.
잠깐 조용했다. 그러다가 끼익, 문이 열렸다.
문 저쪽에 보리만 한 아이가 노란 공을 안고 서 있었다.
"내 공이다! 이거 계속 찾았어."
"나는 보리야. 똑똑 소리, 너였어?"
"응. 나는 두리야. 문 열고 싶었는데 좀 부끄러웠어."
"이제 열렸네."
두리가 공을 꾹 눌렀다. 뾱! 보리도 눌렀다. 뾱! 두 아이가 웃는 동안, 지붕 위 바람개비는 아무것도 가리키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