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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과 신비한국어

보리와 우산 기둥

보리는 소파 등받이에 이불 끝을 걸고 있었어요. 이불은 크고 푹신했어요. 보리는 이불로 요새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 안에서 토끼 인형과 함께 그림책을 읽고 싶었거든요.

보리의 양말은 짝짝이였어요. 한 짝은 줄무늬, 한 짝은 땡땡이였지요. 양말은 밤마다 짝을 바꾸니까, 이상할 것도 없었어요.

"자, 이제 지붕을 덮는다."

보리가 의자 위로 이불을 쭉 당겼어요. 그런데 한가운데가 축 처졌어요. 스르르, 이불이 내려왔어요.

"다시 해 볼게."

보리는 이불 네 귀퉁이에 책을 올렸어요. 그래도 가운데가 스르르 내려왔어요. 이번에는 베개를 세워 보았어요. 베개는 힘없이 퍽 쓰러졌어요.

그때 나비가 어슬렁어슬렁 걸어왔어요. 나비는 고양이예요. 낮잠을 잘 따뜻한 자리를 찾는 중이었어요. 나비는 이불 밑으로 쏙 들어가 동그랗게 몸을 말았어요.

"나비야, 지붕 좀 받쳐 줄래?"

나비는 눈만 한 번 깜빡했어요. 그러고는 꼬리로 제 코를 덮었어요.

잠시 뒤 나비가 몸을 뒤척였어요. 그러자 이불이 또 스르르 끌려 내려와서 보리 머리 위로 폭 덮였어요.

"으앗, 깜깜해!"

보리는 이불을 걷어 내고 한숨을 쉬었어요.

"가운데를 받쳐 줄 기둥이 있으면 좋겠는데."

보리는 둘레를 두리번거렸어요. 현관 쪽에 길고 곧은 우산이 서 있었어요.

"어, 저거다!"

보리가 우산을 가져와 이불 한가운데에 세웠어요. 그리고 손잡이 버튼을 꾹 눌렀어요.

푸슝!

우산이 활짝 펴지면서 이불이 하늘로 솟았어요. 나비의 수염이 쫑긋 섰어요. 요새는 커다란 버섯처럼 둥글게 부풀었어요. 이번에는 스르르 내려오지 않았어요.

"만세! 됐다!"

보리는 토끼 인형과 그림책을 안고 기어 들어갔어요. 나비도 눈을 게슴츠레 뜬 채 보리 발치로 슬금슬금 옮겨 왔어요.

이불 지붕 위로 우산살이 볼록볼록 비쳤어요. 보리가 책장을 한 장 넘겼어요. 그 옆에서 나비가 가르랑가르랑 노래를 불렀어요.

요새 안은 따뜻하고 조용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