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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와 두려움한국어

말을 들려주는 통나무

“나리야, 나 오늘 여기서 잘 거야.” 소미가 작은 가방을 꼭 안고 말했어요.

그날은 소미가 처음으로 친구 집에서 자는 날이었어요. 소미는 나리와 이불 위에서 데굴데굴 구르고, 베개 싸움도 하고, 둘이서 돼지 흉내도 냈어요. 그러고는 불을 끄고 나란히 누웠어요. 소미는 아침까지 쭉 자고 싶었어요.

그런데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지 않았어요. 천장 무늬가 낯설었어요. 이불에서는 다른 집 냄새가 났어요. 나리는 벌써 새근새근 자고 있었어요.

“나리야, 자?” 소미가 속삭였어요. 나리는 “음냐……” 하고 돌아누울 뿐이었어요.

소미는 양을 세어 보았어요. 하나, 둘, 셋, 넷……. 열에서 그만 잊어버렸어요. 베개를 돌려 베어 보았어요. 그래도 잠이 오지 않았어요. 집이 조금 보고 싶었어요.

그때 창가에서 소리가 났어요.

“꿀꿀꿀!”

소미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어요. 소리는 속이 텅 빈 통나무 의자에서 나왔어요. 이 통나무는 한 시간 전에 한 말을 다시 들려주었어요. 나리네 집에서는 모두 아는 일이었어요.

“꿀꿀꿀!” 소미와 나리가 돼지 흉내를 내던 소리였어요. 소미는 풉 웃음이 터졌어요.

다음에는 나리 목소리가 나왔어요. “소미야, 내 곰돌이 빌려줄게.” 그리고 소미의 웃음소리도 났어요.

소미는 살금살금 통나무로 갔어요. 그리고 곰곰이 생각했어요. 한 시간 뒤에 통나무는 지금 한 말을 들려줄 거예요. 그러면 그때의 소미가 들을지도 몰라요.

소미는 구멍에 입을 대고 소곤소곤 말했어요.

“나 여기서 잘 거야. 나 잘 있어.”

그런 다음 나리 곁에서 곰돌이를 찾아 안았어요. 곰돌이는 보드랍고 따뜻했어요. 이불은 구름처럼 폭신했어요.

“나 여기서…… 잘 거야.” 소미는 작게 중얼거렸어요.

곰돌이의 털이 볼을 간질였어요. 나리의 숨소리가 새근새근 들렸어요. 소미의 눈꺼풀이 천천히, 천천히 내려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