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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와 두려움한국어

보리와 주전자 모자

보리는 장화 속에 물이 들어와도 웃는 꼬마 탐험가였어요.

오늘 보리는 토끼 인형 몽이와 채소밭을 탐험하러 나왔어요. 밭 맨 끝까지 가서 가장 큰 당근을 찾는 게 보리의 계획이었어요.

그때 바람이 휙 불었어요. 몽이가 날아가서 허수아비 머리 위에 톡 걸렸어요. 허수아비는 찻주전자를 모자처럼 쓰고 있었어요. 몽이의 귀가 뚜껑 손잡이에 걸려 대롱대롱 흔들렸어요.

"몽이야, 기다려!"

보리는 까치발로 서서 팔을 쭉 뻗었어요. 손이 닿지 않았어요.

"조금 높을 뿐이야."

보리는 양동이를 거꾸로 놓고 그 위에 올라갔어요. 양동이가 덜컹덜컹 흔들렸어요. 손끝이 몽이의 발에 닿을 듯 말 듯했어요. 그래도 잡을 수는 없었어요.

"그럼 이번엔 막대기로 해 볼게."

보리는 긴 막대기로 몽이를 콕콕 밀었어요. 그러자 주전자 안에서 작은 소리가 났어요.

"짹! 살살 해 주세요. 여기는 우리 집이에요."

참새 한 마리가 주둥이 밖으로 고개를 쏙 내밀었어요. 주전자 안에는 참새의 알이 있었어요. 참새는 알을 따뜻하게 지키는 중이었어요.

"미안해요." 보리는 막대기를 내려놓았어요.

보리는 쪼그리고 앉아 생각했어요. 막대기도 안 되고, 양동이도 안 됐어요. 그때 발밑에서 찰박 소리가 났어요. 큰 웅덩이였어요. 이 동네 웅덩이는 밟으면 북처럼 둥 하고 튀어 올라요.

"그래! 아주 살짝만 뛰면 되겠다."

보리가 웅덩이에서 폴짝 뛰었어요.

둥!

너무 높이 올라갔어요! 보리는 주전자보다 위로 쑥 올라갔다가, 모자가 코까지 내려온 채 엉덩이로 철퍼덕 내려앉았어요. 참새가 짹짹 웃었어요.

"조금 높을 뿐이야." 보리는 모자를 올리고 다시 섰어요. 이번에는 무릎을 살짝만 굽혔어요.

둥.

보리가 가볍게 떠올랐어요. 주전자는 가만히 있었어요. 보리는 몽이의 귀를 쏙 잡아 뺐어요.

찰박, 보리가 웅덩이에 내려왔어요. 몽이는 보리 품에 폭 안겨 있었어요.

웅덩이가 둥, 둥, 둥 작게 울렸어요. 주전자 안에서 참새가 낮게 짹, 하고 한 번 울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