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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와 두려움한국어

보리와 비 맞는 토끼

보리는 한밤중에 창밖에서 그네가 혼자 흔들리는 것을 보았어요.

그네 옆 나뭇가지에는 토끼 인형 콩이가 걸려 있었어요. 낮에 마당에서 놀다가 두고 온 콩이였어요. 보리가 제일 좋아하는 인형이에요. 빗방울이 콩이의 귀에 똑똑 떨어지고 있었어요.

"콩이가 비에 젖겠다. 내가 데려올게."

보리는 노란 비옷을 입고 마당으로 나갔어요.

가지는 보리 머리보다 훨씬 높았어요. 보리는 폴짝폴짝 뛰었어요. 손이 닿지 않았어요. 긴 막대기로 톡톡 쳐 보았어요. 콩이의 귀만 달랑달랑 흔들렸어요.

보리는 마당 구석에서 양동이를 끌고 왔어요. 거꾸로 엎어 놓고 그 위에 올라서서 발끝을 쭉 폈어요. 그런데 양동이가 기우뚱했고, 보리는 얼른 내려왔어요. 그래도 콩이는 멀리 있었어요.

가지 위에는 초록 개구리도 한 마리 앉아 있었어요. 개구리는 비가 좋아서 거기 있었어요.

"개굴!"

개구리는 보리를 보더니 모르는 척 고개를 돌렸어요.

그때 보리는 그네를 보았어요. 이 마을 그네는 소리 내어 숫자를 세면 더 높이 올라가요. 모두가 아는 일이에요.

보리는 그네에 앉아 발을 굴렀어요.

"하나, 둘, 셋!"

그네가 쑥 올라갔어요. 그런데 그때, 쿠르릉! 하늘이 크게 울렸어요. 보리는 깜짝 놀라 숫자를 잊어버렸고, 그네는 슬슬 내려왔어요.

보리는 입을 꼭 다물고 다시 시작했어요.

"하나, 둘, 셋!"

쿠르릉! 또 멈추고 말았어요.

보리는 하늘을 올려다보았어요. 천둥은 한참 동안 길게 울렸어요. 꼭 하늘이 말을 거는 것 같았어요.

"그래, 같이 세자!"

보리는 천둥소리에 맞춰 크게 외쳤어요.

"넷! 다섯! 여섯!"

그네가 높이 높이 올라갔어요. 보리는 손을 쭉 뻗어 콩이를 꼭 잡았어요.

그 바람에 개구리가 폴짝 뛰어 그네 위에 철퍼덕 내려앉았어요.

"개굴!"

"네 자리 아니야. 그래도 괜찮아."

보리는 콩이를 안고 집으로 달려갔어요. 이불 속에서 콩이의 젖은 귀를 수건으로 톡톡 닦아 주었어요.

창밖에서 빗소리가 토닥토닥 들렸어요. 천둥은 멀리서 작게 웅얼거렸고, 마당에서는 개구리가 느릿느릿 노래했어요.

보리는 콩이를 안고 작게 세어 보았어요.

"하나, 둘, 셋……."

빈 그네가 마당에서 천천히, 천천히 멈추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