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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와 직업한국어

보리 아저씨의 새벽 빵

"해님아, 조금만 더 자고 있어." 보리 아저씨가 속삭였어요.

보리 아저씨는 빵집 아저씨예요. 아직 깜깜한 새벽에 일어나서, 아침 종이 땡 울릴 때까지 따끈한 빵을 굽고 싶었어요. 부엌에서 주전자에 물을 채우자, 주전자가 "삐이용, 삐용삐용" 보리 아저씨만의 노래를 불렀어요. 이 마을 주전자는 사람마다 다른 노래를 부르거든요.

그런데 밀가루 자루가 텅 비어 있었어요.

"큰일이네. 방앗간에 다녀와야겠다."

보리 아저씨는 지름길로 갔어요. 갈대밭 사이로 쏙 들어갔지요. 그런데 철퍼덕! 장화가 진흙에 푹 빠졌어요.

"이런, 이 길은 안 되겠구나."

장화를 쑥 뽑고, 큰길로 빙 돌아갔어요. 길은 멀었어요. 하늘 끝이 조금씩 하얘졌어요.

방앗간에서는 할머니가 물레방아에 기름을 치고 있었어요. 할머니도 새벽에 할 일이 있었거든요.

"밀가루요? 저기 있어요. 한 자루 가져가요."

보리 아저씨는 자루를 어깨에 메고 돌아왔어요. 자루가 무거워서 걸음이 느려졌어요. 갈대밭 앞에서 아저씨는 멈췄어요. 큰길로 또 돌면 너무 늦을 것 같았어요.

"그럼 가장자리로 살금살금 가 볼까?"

아저씨는 발끝으로 걸었어요. 하지만 장화가 또 푹 빠졌어요. 아저씨는 한숨을 쉬었어요.

그때 "꽥꽥!" 소리가 들렸어요. 오리 가족이 연못으로 아침밥을 먹으러 가고 있었어요. 오리들은 진흙 위에 놓인 하얀 돌을 총총 밟고 지나갔어요. 발이 하나도 빠지지 않았어요.

"아하! 저기에 돌이 있었구나."

보리 아저씨는 오리 뒤에 섰어요. 폴짝, 폴짝, 폴짝. 맨 끝 아기 오리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아저씨 장화 끈을 콕 쪼았어요.

"어이쿠, 이건 밥이 아니란다."

아저씨는 웃으면서 끝까지 건넜어요. 장화는 하나도 젖지 않았어요.

빵집에 돌아오니 주전자가 "삐이용, 삐용삐용" 노래하고 있었어요. 보리 아저씨는 반죽을 오븐에 넣었어요. 해님이 창문으로 빼꼼 얼굴을 내밀었어요. 빵 냄새가 따뜻하게 퍼지고, 아침 종이 땡, 울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