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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와 직업한국어

등대 위의 민수 아저씨

"주전자 물이 끓기 전에 꼭대기까지 가야 해!" 민수 아저씨가 소방차에서 뛰어내리며 말했어요.

민수 아저씨는 소방관이에요. 오늘은 아침부터 바빴어요. 나무 위의 고양이를 내려 주고, 물웅덩이에 빠진 장화도 건져 주었어요. 그런데 점심도 먹기 전에 등대에서 전화가 왔어요.

"연이 불빛 유리에 걸렸어요. 이대로면 불을 켜도 빛이 안 나가요."

등대 할머니의 목소리였어요. 이 등대의 불빛은 밤마다 벽을 다른 색으로 칠해요. 어젯밤은 노란색이었고, 오늘 밤은 무슨 색일지 아무도 몰라요. 할머니는 주전자 물이 끓으면 불을 켜요. 늘 그랬어요. 바다 위의 배들도 그 불빛을 기다려요.

민수 아저씨는 계단을 올랐어요. 달팽이 집처럼 빙글빙글 도는 계단이었어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올라가도 올라가도 계단이 또 나왔어요. 창문으로 바다가 보였다가, 지붕이 보였다가, 또 바다가 보였어요. 아저씨의 숨이 후, 후, 거칠어졌어요. 갈고리 막대가 벽에 쿵 부딪혀서 아저씨는 깜짝 놀랐어요.

겨우 꼭대기 방에 도착했어요. 주전자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났어요. 할머니는 찻잔을 꺼내고 있었어요.

"어서 와요. 하지만 물이 끓으면 나는 불을 켤 거예요. 그게 내 일이에요."

"알아요, 할머니. 그 전에 꼭 내려 볼게요."

아저씨는 창문 밖으로 팔을 쭉 뻗었어요. 연에 손이 닿지 않았어요. 이번에는 갈고리 막대를 뻗었어요. 막대도 조금 짧았어요. 발끝으로 서 봤지만 그래도 안 됐어요.

주전자가 보글보글 소리를 냈어요. 점점 커졌어요.

"어쩌지, 어쩌지."

아저씨는 숨을 고르며 밖을 봤어요. 그때 연 꼬리가 바람에 펄럭이는 게 보였어요. 그 끝에 연줄이 길게 늘어져, 창문 바로 옆에서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어요.

"아, 줄이 있네!"

아저씨는 줄을 잡고 살살 당겼어요. 연이 스르르 미끄러지더니, 철퍼덕! 아저씨의 머리 위에 떨어졌어요.

그 순간 주전자가 삐이익 울었어요. 할머니가 불을 켰어요. 불빛이 빙글빙글 돌며 벽을 칠했어요. 오늘 밤은 파란색이었어요.

연을 모자처럼 쓴 아저씨 얼굴도 파랗게 물들었어요. 할머니가 따뜻한 차를 내밀었고, 찻잔 위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