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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와 두려움한국어

스스로 흔들리는 의자

보리네 집 복도에는 흔들의자가 하나 있었다. 보리는 이 집에 사는 다섯 살 아이였다. 그 의자는 누가 앉았다 일어난 날이면, 밤새 혼자 살살 흔들렸다. 보리네 식구는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어느 밤, 보리는 목이 말라서 잠이 깼다. 부엌에 가서 시원한 물을 마시고 싶었다. 그런데 방문 밖 복도가 깜깜했다.

보리는 문 앞에 서서 작게 말했다.

"깜깜해도 우리 집이야."

그래도 발이 잘 안 떨어졌다. 그래서 눈을 꼭 감고 걸었다. 두 걸음 가다가 발가락이 문틀에 부딪혔다.

"아야!"

이번에는 노래를 불러 보았다. 그런데 목소리가 바들바들 떨려서 노래가 자꾸 끊겼다.

그때 어둠 속에서 소리가 났다.

삐걱, 삐걱.

보리는 얼어붙었다. 의자 쪽에 작고 동그란 불빛 두 개가 반짝였다.

"야옹."

나비였다. 보리가 낮에 앉았던 의자가 따뜻하고 흔들흔들해서, 나비는 거기서 자려고 온 것이었다. 나비는 보리를 힐끗 보더니 하품을 하고 다시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꼬리만 의자 밖으로 늘어져 흔들흔들했다.

보리는 웃음이 픽 나왔다.

"나비 눈이 꼭 작은 등불 같아."

그러다가 보리는 알아챘다. 흔들의자는 늘 있던 자리, 벽 옆에 있었다. 보리 방에서 세 걸음이면 닿는 곳이었다.

"그럼 의자에서 부엌까지는 다섯 걸음이야."

보리는 한 손으로 벽을 짚고 걸음을 세며 걸어갔다.

"하나, 둘, 셋. 의자다!"

나비 꼬리가 발목을 간질였다. 보리는 킥킥 웃고는 다시 세었다.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손끝에 부엌문이 닿았다. 보리는 컵에 물을 가득 따라 꿀꺽꿀꺽 마셨다.

돌아오는 길에는 삐걱 소리가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보리는 나비 옆을 지나가며 속삭였다.

"깜깜해도 우리 집이야."

침대에 눕자 복도에서 삐걱, 삐걱 소리가 들렸다. 나비의 가르랑 소리와 함께, 그 소리는 점점 느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