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건너뛰기

동네와 직업한국어

선생님의 창가 자리

마을 도서관 창가에 의자가 하나 있었다.

나리는 그 의자가 사서 선생님이 제일 좋아하는 자리라는 걸 알았다. 아침 해가 제일 먼저 닿는 자리였고, 선생님은 날마다 거기 앉아 첫 책장을 넘겼다.

오늘 나리는 선생님보다 먼저 도서관에 왔다. 의자를 따뜻하게 해 놓고 선생님을 놀라게 해 주고 싶었다.

그런데 의자 위에 도서관 고양이 구름이가 동그랗게 말려 자고 있었다.

"구름아, 여기는 선생님 자리야."

구름이는 꼬리만 까딱했다.

나리는 구름이를 살살 안아 올렸다. 구름이는 반죽처럼 쭉 늘어났다. 무거워서 나리는 그만 도로 내려놓았다. 구름이는 다시 동그랗게 말렸다.

"구름아, 여기는 선생님 자리야."

이번엔 나리가 리본을 흔들어 보았다. 구름이는 눈도 안 떴다. 주머니에서 과자를 꺼내 코앞에 놓아 보았다. 구름이는 킁킁 냄새만 맡고 고개를 홱 돌렸다.

나리는 바닥에 앉아 생각했다. 구름이는 왜 이 의자가 좋을까? 푹신해서일까? 아니, 따뜻해서일까?

그러다 나리는 알았다. 햇살이 의자 위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바닥에도 네모난 햇살이 따뜻한 빵처럼 놓여 있었다.

나리는 책 읽는 구석에서 초록 방석을 끌고 왔다. 스르륵, 스르륵. 그리고 방석을 햇살 위에 폭신하게 놓았다.

구름이가 한쪽 눈을 떴다. 코를 킁킁거렸다. 그러더니 사뿐히 뛰어내려 방석 위에 털썩 앉았다.

"됐다!"

나리는 의자에 붙은 하얀 털을 톡톡 털었다. 털이 날아올라 나리 코에 붙었다.

"에취!"

구름이가 깜짝 놀라 귀를 쫑긋했다가, 다시 눈을 감았다.

그때 문이 열렸다. 선생님이 들어와 창가 의자에 앉았다.

"어머, 의자가 따뜻하네."

방석 위에서는 구름이가 그르릉, 그르릉 노래를 했다. 나리는 선생님 옆에서 코를 문질렀고, 선생님은 첫 책장을 넘겼다.